Since 1985
사람은 떠나도, 음악은 지워지지 않는다
훌륭한 오케스트라는 한나라의 음악 문화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이다. 뛰어난 연주자의 균형 잡힌 악기군, 유능한 지휘자, 그리고 훌륭 한극장과 스태프는 오케스트라의 기본을 이루는 필수요소이다. 여기 에 교향악은 물론, 오페라와 발레까지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이 더해져야 비로소 진정한 오케스트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공연의 완 성도를 넘어, 그 나라의 예술 전반과 청중의 문화적 수준을 보여주는 지 표가 된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민간오케스트라인 ‘코리안심포 니'로 창단되어 40년동안 음악가들과 애호가들의 열정으로 정체성을 다지며 한국 클래식 음악 역사에 깊은 발자취를 남겨왔다.
국립심포니의 뿌리는 1969년 창단된 국립교향악단으로 거슬러 올라간 다. 1972년 홍연택 상임지휘자의 취임 이후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며 1979년 미국 순회 공연으로 활동 무대를 넓혔다. 그러나 1982년 정부 정책에 따라 국립교향악단이 KBS로 이관되며 해체되는 아픔을 겪었다. 당시 여러 시립교향악단이 새롭게 창단되었지만 행정적 역할이 우선되며 순수한 음악 활동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로 인해 순수음악을 위한 민간 직업 교향악단의 필요성이 대두되었 고민간 오케스트라인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창단되었다. 창단자 홍연택과 음악가들은 세종문화회관에서 첫 공연을 열며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고, 이후 정부 재단법인으로 승격되면서 2022년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로 새롭게 거듭났다.
국립심포니는 문화의 즐거움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미래 세대의 음악인재를 키우기 위해 연주, 작곡, 지휘 분야에서 새로운 재능을 발굴하며 클래식 음악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2014년에는 상주작곡가 제도를 도입해 지금까지 15곡을 세계 초연하며 창작 음악의 지평을 넓혔고 2021년부터는 신진 작곡가를 지원하는 '작곡가 아틀리에'를 시작해 10명의 작곡가를 발굴했다. 이를 통해 체계적인 작곡가 육성 시스템을 구축하며, 클래식 음악의 새로운 세대를 이끌어가고 있다.
국립심포니는 지휘자 발굴 및 육성을 위해 2021년 'KNSO국제지휘콩쿠르'를 창설하며 젊은 재능을 발굴했다. 제1회(2021)에서는 윤한결(대한민국)이, 제2회(2024)에서는 시몬 에델만(독일)이 신예 지휘자로 발굴되었다. 지휘콩쿠르가 열리지 않는 해에는 지휘자 워크숍을 통해 한국의 젊은 지휘자에게 경험과 성장을 위한 기회를 제공하는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젊은 연주자들을 위한 교육, 교류 프로그램인 ‘KNSO국제아카데미’도 수년째 운영하고 있다. 세계 다국적 연주자들이 함께 모여 연주하고 마스터클래스와 협연 무대를 갖는 동안, 자유로운 방식과 학구적인 면모의 상호 보완작용을 통해 음악의 지평을 넓히는 성취를 얻고 있다.
국립심포니의 성장은 느릿한 듯하지만 단계를 밟아가며 꾸준하게 발전해왔다. 40년이란 긴 시간동안 어떤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발전 을 꾀해온 저력은 현재에도 관객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으며 지켜내고 있다.
(이지영, 음악칼럼니스트·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