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트 라일란트
심사위원장
2022년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제7대 예술감독으로 선임된 다비트 라일란트는 한국을 넘어 국제적으로 발돋움하고자 하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당찬 포부를 보여준다. 라일란트는 벨기에 출신으로 브뤼셀과 파리, 잘츠부르크에서 음악을 공부하고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 중인 지휘자다. 다시 말해, 오늘날 클래식 음악계가 요구하는 전형적인 ‘코스모폴리탄’적인 음악가인 것이다. 다양한 문화예술에 익숙하고 더 넓은 시야로 참신한 레퍼토리를 선보이는 라일란트는 급변하는 2020년대 예술환경 속에서 능동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지휘자라고 할 수 있다.
라일란트는 2018년부터 프랑스 메스 국립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스위스 로잔 신포니에타의 수석 객원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그는 독일 뒤셀도르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슈만 게스트’로 활약하고 있는데, 슈만이 뒤셀도르프에서 오랜 시간 활동했고 현재는 슈만의 이름을 딴 음악대학이 있을 만큼 슈만이 뒤셀도르프 음악계의 상징적인 인물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현지 음악계가 라일란트의 음악적 역랑을 높이 평가하고 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 외에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툴루즈 카피톨 국립오케스트라, 도쿄 메트로폴리탄 오케스트라 등 국제적인 오케스트라를 지휘했으며, 2023년 프랑스 문예공로훈장인 ‘슈발리에’를 수훈하며 세계 전역에 그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있다.
라일란트의 음악은 프랑스적이되 독일적인 감수성을 지녔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베를리오즈, 드뷔시, 라벨에 이르는 프랑스 음악에 강점을 보이면서도 슈만, 슈트라우스로 대표되는 19세기 독일 음악에서도 기존의 전형적인 접근방식과는 또 다른 청각적 쾌감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라일란트만의 독특한 음악세계는 사이먼 래틀, 마크 엘더, 블라디미르 유롭스키, 로저 노링턴 등 수많은 거장 지휘자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만들어졌다. 특히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에게 영향을 받은 라일란트의 모차르트 해석은 세계 각지의 평단으로부터 격찬을 받은 바 있다.